동생이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자마자 4층에서 뛰어내려버린 썰
7년 전에 동생은
성인이 되고 알바비를 모아
오토바이를 기어코 사버렸다
고딩시절 내내 사고싶다며
노래부르던 그 오토바이
125cc의 쪼만한 바이크는
산지 이틀만에 사고가 났다
저수지로 드라이브를 갔다가 내려오는
구불구불한 내리막길에서 운전미숙인지 무언가를
피하려던건지 알 수 없는 이유로 미끄러지고
가드레일을 넘어 떨어졌고 통행량이 적은 이유로
사고나고나서 오랜시간이 지나서야 발견되었고
병원에 실려왔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병원으로
갔지만 중환자실과 집중치료실에서도
금방 죽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어찌저찌 위급한 시기는 넘겼고
혼수상태로 3년째 입원하던 동생을 보던
어머니는 어느날 화장실을 다녀오니 동생이
눈을 뜨고 있었고 뭐라고 말은 하는데
무슨 말인지 모를 말을 하고있으며
계속 화를 내고 계속 놀라고 있다고 했다
얼른 반차를 내고 병원에 가보니
처음듣는 말을 하며 마치 짐승처럼
반응하는게 너무 낯설었다
어머니는 아무튼 정신이 돌아왔으니
다행이다라며 안도하셨다
그렇게 눈만 뜬 짐슴이 된지 반년쯤 지났을 때
조금씩 느릿느릿 사람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반년이 더 지나서는
그나마 초등학생정도의 회화가 가능했다
흐리멍텅하던 눈깔에 약간은 총기가
돌아왔고 나는 고생했다는 말을 하며
집에 왔는데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동생이 4층 입원실에서 뛰어나렸다고 했다
동생은 죽지 않았다
척추뼈가 부러져 철심을 박았고
한쪽 다리를 평생 절면서 살아야할
수도 있다고 했지만 살아있었다
이유를 물어봐도 별 말이 없었다
의사는 현재 환자의 지능상태가 어린이정도이며
분노조절이 힘든 상태니 주의해달라 했다
그런 반병신걸레짝으로 또 긴시간을
병원에서 지냈고 길게보면 계속계속 호전이었다
의사는 혼수상태에서 이만큼 회복한 것만 해도
진짜 기적이라고 얘기했다
그렇게 긴 병원생활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병원비와 병수발로 우리집은 아파트에서
작은 단칸방으로 바뀌었고 평생 벌어놨던 부모님의
돈과 몇년동안 벌었던 내 돈은 공중분해되었다
그래도 어머니는 살았으니 됐다며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살면 된다 하셨다
집에 와서도 동생은 멍하게 있을 때가 많았고
손발이 부자연스러워서 딱히 일을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얘기할 때는 정신이
멀쩡해보였다
사고 전 기억이 없는게 아쉽지만
이유야 뭐가 중요하겠어 살았으니 다행이지
근데 궁금한게 있었다
왜 정신이 돌아오고 병원에서 뛰어내렸을까
동생에게 물어보자 몇분간 고민하던 그는
말을 이어갔다
-
내가 사고 전에는 기억이 없는데
사고 후에는 기억이 있다
사실 나는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갔다온 거 같다
근데 이런 얘기하면 정신병자로 볼 거 같아서
얘기 안한건데 내가 사고 당하고 나서 정신을
차렸을 때는 강남처럼 큰 거리 한복판이었다
주변 유리창에 비쳐보이는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고
어딘가로 가던 중이었다
나는 별다른 거부감없이 그 사람이 되었고
심지어 내 기억에도 없는 그 사람의 지인들과
자연스럽게 내 기억에 없는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곳은 이곳과 거의 동일하지만 존재 자체는
다른 곳이었고 30대 후반의 김아무개로
회계업무를 보는 건축회사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결혼은 못했고 50년을 그렇게 더 혼자 살다가
집에서 자다가 사망하고 나자마자 또 다시
50년전의 그때처럼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고
저녁밥을 먹던 또다른 김아무개가 되었다고 한다
위화감을 느낀 와이프가 왜그러냐 물어보자
아 방금 뭐라 말하려했는데 까먹었어 하며
능청스럽게 넘어갔다고 한다
두번째 환승(이라고 표현함)역시 기억이
안나는데도 기억이 났다면서 그렇게
이십년정도 그 와이프와 알콩달콩 살다가
여행갔다 오는 길에 교통사고로 사망
처음 두번은 너무 인상적이어서
그 시작부분을 이렇게 기억하는데
그 뒤로는 기억이 애매하다고 했다
순서는 잘 모르겠고 원양어선에서
물고기를 잡기도 하고 다 죽어가는
중환자실할배로 환승했다가 금방 죽기도 했고
동생은 그렇게 몇백년을 경험했다고 한다
우리가족을 찾아오지 왜 안찾아왔냐 했더니
본인도 찾아보려고 했으나 찾을 수 없었고
몇번을 찾아봐도 찾는게 불가능했으며
기존에 살던 이곳과는 다른 세계,
즉 평행우주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그렇게 긴 시간을 살다가
이번에 돌아왔을때도 평소처럼 환승인 줄
알았고 병실에서 몸병신으로 또 오래 살기
귀찮으니 리셋하려고 뛰어내렸다고 한다
너가 너무 만화랑 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거다 하고 넘기긴했지만
가끔씩 보이는 동생의 행동을 보면
30도 안된 애가 하기에는
늙은이같은 말과 행동이 있는데
혹시 진짠가 싶은 생각도 가끔 든다
지금은 잘 돌아왔으니 이제 환승같은거는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살자 했고
동생도 그러노라 했는데
가끔은 생각한다
지금 이곳도 거쳐가는 버스정류장이 아닐까